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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따뜻한 세상 - 분유 한통의 기억

크루세이더 2010. 10. 12. 21:58

-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 4편 -

 

* 1970년대를 살아보지 못한 저로서는 당시 서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느낀 점이 너무 큽니다. 상대적이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히 살게 된 것은 분명히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시 쌀쌀해진다고 하니 모두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 에드버킷 -

 

 

분유 한통의 기억

 

아직, 1970년대를 벗어나지 못했을 무렵
남편과 저는 아직 젖먹이인 아들과 함께
판잣집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그 때 남편은 물론이고
저도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아이에게 제대로
젖을 물리지도 못했습니다.


분유를 먹여야 했지만 보리 섞인 정부미도
하루하루 봉투로 조금씩 사다가 먹는 처지에
분유를 넉넉히 살 수 있었겠습니까?


어느 날, 남편은 일을 하러 나가고
저는 방안에서 인형 눈 붙이기 부업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부엌 쪽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가 나더군요.
설마 이런 집에 도둑이 들까 했지만
덜컥 겁이나 조심스럽게 부엌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옆집 아낙이 저희 찬장을 뒤지더니
분유통을 슬그머니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집 아낙도 당시 저와 마찬가지로 젖먹이를
그것도 쌍둥이를 기르고 있어 분유 때문에
쩔쩔매던 중 이었습니다.


순간 눈이 뒤집혀, 당장 뛰쳐나가
이 여편네 머리채라도 휘어잡으려고 하는데
이 아낙이 자기가 들고 온 분유통을 꺼내더니
우리 분유통에 분유를 덜어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낙의 친정집에서 분유 한통을 사줬는데
항상 분유 때문에 죽는 소리 하던 제가 기억나더랍니다.
한통을 다 주자니 자기도 어렵고 해서,
저 모르게 조금만 덜어주고 간 것이랍니다.


모두가 없이 살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살던,그 당시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 때 그 아낙이
참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 이옥주  -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고 하는 말이 있죠.

단 한 줌의 나눔으로도 행복해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답니다."


출처 - 사랑밭새벽편지